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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by aria339 2025. 6. 23.

영화 어느가족의 영화 포스터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18년 작품 **《어느 가족》(万引き家族, Shoplifters)**입니다. 이 영화는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후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며 일본 사회의 단면과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 수작입니다. 


영화 줄거리

도쿄의 변두리에 있는 작은 단칸방. 그곳에는 법적 가족관계는 없지만 함께 살아가는 다섯 명의 인물이 있습니다. 주인공 오사무(릴리 프랭키 분)와 그의 아내 노부요(안도 사쿠라 분), 손녀인 줄 알았던 소녀 아키(마츠오카 마유 분), 오사무가 데려온 어린 소년 쇼타(조 카이리 분), 그리고 연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할머니 하츠에(키키 키린 분)까지. 이들은 전형적인 가족의 틀을 벗어난, 말하자면 '가짜 가족'입니다.
이 가족의 생계는 매우 어려우며, 오사무와 쇼타는 가게에서 소소한 물건들을 훔치며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쇼타는 아파트 베란다에 홀로 방치된 어린 소녀 유리(사사키 미유 분)를 발견하고, 측은한 마음에 집으로 데려옵니다. 그녀의 몸에는 학대의 흔적이 있었고, 가족은 그녀를 돌보기로 결정합니다. 이름도 바꿔 '린'이라고 부르며, 비록 형식은 없지만 그들에게 유리는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들의 일상에는 균열이 생깁니다. 할머니 하츠에가 숨을 거두고, 가족은 그녀의 사망 사실을 숨긴 채 연금을 계속 받습니다. 동시에 유리의 실종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가족은 위기를 맞습니다. 결국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며 이들의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아왔지만, 법과 사회는 그들을 ‘도둑’이자 ‘거짓 가족’으로 규정합니다. 마지막에는 모든 인물들이 흩어지고, 영화는 유리(린)가 혼자서 울타리 너머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맺습니다. 누구도 그녀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은 세상에서, 유리는 또다시 혼자가 됩니다.


감독의 연출 스타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에 정통한 연출가로,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그의 전작들에서도 피로 맺어진 관계와 감정적 유대를 비교적 조용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냈는데, *《어느 가족》*에서는 그 질문을 가장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그의 연출은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며, 침묵과 여백, 일상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데 탁월합니다. 카메라는 인물들 가까이에 붙어 있지만, 그들을 관찰할 뿐 과장되거나 감정적인 편집은 피합니다. 관객은 인물들을 동정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선택과 삶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됩니다.
또한, 감독은 사회적 이슈와 개인의 삶을 절묘하게 엮는 데 능숙합니다. 영화 속의 인물들은 모두 일본 사회의 그늘진 면을 대표하는 이들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고립된 노인, 가정폭력 피해 아동, 빈곤층 청소년 등, 겉으로는 평범하지 않지만 그 안에 있는 감정은 누구보다 보편적입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절망 속에서도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음을 조용히 말합니다.
음악 사용도 절제되어 있으며, 사운드보다는 현실음과 대사, 그리고 침묵이 감정선을 이끕니다. 이 덕분에 관객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깊은 여운을 갖게 되며,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감정적 울림을 경험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감상

*《어느 가족》*은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되묻는 영화였습니다. 혈연으로 엮이지 않았지만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오히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족보다 더 따뜻하고 진실했습니다. 쇼타가 오사무를 아빠로 부르지 않으면서도 그를 진심으로 따르고, 유리가 엄마 노부요의 품에 안기며 처음으로 안정을 느끼는 장면들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경찰 조사에서 노부요가 유리를 데려온 이유에 대해 "내가 데려가지 않았다면, 그 아이는 죽었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비록 법적으로는 그녀가 유리를 유괴한 가해자이지만, 정서적으로는 분명한 보호자였습니다. 이 장면에서 '법과 사랑 사이의 간극'이 분명하게 드러나며, 관객에게도 도덕과 정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또한 쇼타가 오사무와의 관계를 부정하면서도, 결국 마지막에는 "아빠"라고 부르는 장면 역시 감정의 절정을 이룹니다. 이는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영화의 핵심적 대답이기도 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이라는 개념을 전복시키며, 사랑은 법적 구조가 아닌 감정과 책임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조용히 주장합니다. 사회의 시선이나 제도적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관계들이지만, 그 안에 깃든 애틋함과 정은 그 어떤 혈연보다 진하고 깊습니다.
*《어느 가족》*은 “무엇이 가족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가장 정면으로 던지는 영화입니다. 피도, 법도, 제도도 아닌 감정과 선택, 그리고 함께한 시간이 가족을 이루는 것임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일본 사회의 현실은,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 사회의 단면 역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이 작품은 단지 슬프고 무거운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조용히 다가와 마음을 쓰다듬고, 오래도록 남는 여운을 주는 영화입니다.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꼭 한 번 감상하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단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보시길 바랍니다.